ICML이 서울에 온 일주일, 한국 게임 산업은 AI 네이티브가 됐다
세계 최고 수준의 머신러닝 학회 ICML 2026이 7월 6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참가자 약 1만 5,000명, 논문 투고 2만 3,918편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 게임 업계는 이 무대를 홈 그라운드처럼 썼다. 개막일 저녁 크래프톤은 월드 모델 스타트업 오디세이(Odyssey)와 함께 공식 소셜 이벤트 'AI for Games'를 공동 개최했고, 학계와 업계에서 약 500명이 모였다. 크래프톤은 이번 ICML에서 메인 트랙 논문 10편, 워크숍을 포함하면 20편을 발표하며 세계 3대 AI 학회 기준 자사 역대 최대 성과도 기록했다. 그리고 학회가 끝난 지 이틀 만에, 국내 게임 AI 기업 4사가 인디 개발자에게 AI 게임 제작 실무를 가르치는 무료 컨퍼런스를 열었다. 한 도시, 한 주 동안 연구실부터 1인 개발자까지 산업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CES 2025에서 NVIDIA와 함께 공개된 크래프톤의 AI 팀원 PUBG Ally. 지금은 ALLIE로 PUBG에 들어와 있다
세 개의 전선, 그중 하나는 엔진을 겨눈다
크래프톤 이강욱 최고AI책임자(CAIO)는 이날 크래프톤의 AI 전략을 세 개의 전선으로 정리했다. 첫째는 인게임 AI 에이전트다. 간판은 올해 PUBG에 들어간 AI 팀원 'PUBG ALLIE(앨리)'다. 말을 걸면 대답하고 함께 스쿼드를 짜는 에이전트로, 이강욱 CAIO는 지연이 낮아 거의 진짜 친구처럼 느껴진다고 소개했다. 인컨텍스트 메모리, 세션 내 대화 요약, 매치를 넘나드는 크로스 세션 검색이라는 3층 메모리 구조 덕분에 지난 판의 플레이어를 기억한다. 크래프톤은 더 사람다운 반응을 위해 PC방 이용자 수천 명에게서 모은 플레이 데이터로 앨리를 학습시켰다. 둘째는 인터랙티브 월드 모델로, 이강욱 CAIO는 이를 기존 게임 엔진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자리매김했다. 셋째는 개발 파이프라인을 위한 프로덕션 AI다. 이유도 분명했다. 지금은 게임 하나에 4~5년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패널 토론은 '엔진 대 월드 모델'이라는 구도 자체를 유용하게 흔들었다. 게임 엔진도 결국 상태 전이 함수이니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것이 월드 모델이고, 뉴럴 네트워크가 물리·그래픽 엔진을 대체하기보다는 그 안에 통합되는 미래가 더 그럴듯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날의 균형추는 엔씨소프트 계열 AI 기업 NC AI의 김민재 CTO가 놓았다. "AI는 무대의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이라는 것이다. 주인공은 언제나 게임플레이다.
이틀 뒤, 인디 개발자들의 차례
7월 13일 서울 디캠프 선릉에서는 'AMPLIFY 2026'이 열렸다. 컴투스플랫폼, 앵커노드, 유모델러, 창조공작소 등 국내 게임 AI 기업 4사가 공동 주최했고, 선착순 130명 무료에 유니티 코리아와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후원했다. 화려한 기조연설 대신 실무 세션이 이어졌다. 앵커노드가 AI 도구로 2년간 게임 9종을 출시한 경험, AI 3D 에셋 워크플로, AI 사운드 제작, 글로벌 출시 전략까지. 슬로건은 'AI로 나의 한계를 넘다'였다.
맥락을 보면 이 장면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게임 기업의 생성형 AI 활용률은 2025년 2분기 41.7%에서 4분기 70%로 뛰었고, 정부는 이제 중소 게임사 약 500곳의 AI 도구 구독료까지 지원한다. 게임 속 AI 생성 콘텐츠 표기를 이미 법으로 의무화한 나라이기도 하다. 한국은 더 이상 게임 개발에 AI를 쓸지 말지를 논쟁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허브 행사장에서 무료로 워크플로를 가르치고 있다.
만드는 사람에게 이것이 뜻하는 바
서울에서 드러난 진짜 긴장은 'AI냐 아니냐'가 아니었다. 월드 모델을 게임 엔진의 경쟁자로 놓는 크래프톤의 연구 서울과, AI가 그저 소규모 팀이 게임 9종을 출시하는 방법일 뿐인 AMPLIFY의 인디 서울 사이의 거리였다. 그런데 둘은 같은 붕괴를 가리킨다. 이강욱 CAIO가 말한 4~5년, 막대한 비용의 파이프라인이 지금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Cinevva가 서 있는 땅이 바로 여기다. 우리는 월드 모델 테제가 방향에서 옳다고 본다. 엔진은 더 이상 해자가 아니고, 생성이 곧 워크플로가 된다. 우리는 그 붕괴를 브라우저와 프롬프트 하나의 수준까지 밀어 내리고 있다. 그리고 김민재 CTO의 말은 여기서 무언가를 만드는 모두에게 올바른 나침반이다. AI는 조연이다. 게임플레이가 주인공이 아니라면, 어떤 인프라도 당신을 구하지 못한다.
참고 자료
- Inven Global: AI for Games, KRAFTON highlights 'three fronts'
- 서울경제: Krafton lands 10 papers at top AI conference ICML
- Inven Global: Four domestic game-AI firms to co-host AMPLIFY 2026 conference
- 경향게임스: 국내 게임 AI 기업 4사, AMPLIFY 2026 개최
- 서울경제: Public, private sectors launch AI aid, investment fund for game firms